원도심 한복판 보건소 건물에서 연결되는 바로 그곳에 지하상가가 있다. 사실 표지판도 아직 지하상가 사거리이고 원주 사람들도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외지에서 온 사람이라면 좀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상점이라고는 카페 하나 덩그러니 있는데 대체 왜···?’ 하고 말이다. 예전엔 이곳에 이런저런 상점들이 많았고 횡단보도가 생기기 전에는 사람들 왕래도 꽤 잦았다고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원주에 지하보도 자체가 이곳밖에 없어서 지하상가는 원주 사람들에게 고유명사 같은 것이었다. 그만큼 원주에서 가장 번화했던 곳이다. 언제부터인가 이곳이 때때로 다시 들썩거리며 북적이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생생마켓이 조금씩 활성화되면서 차차 이곳은 협동광장이라는 이름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생생마켓은 매달 둘째 주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간 나타났다 사라지는 깜짝 시장이다. 엄마들이 모여 만드는 토닥마켓과 현장 접수로 셀러를 모집해 바로 좌판이 펼쳐지는 중고 장터도 함께 열린다. 중고셀러는 누구나 자유롭게 쓰던 물건들을 가져와 팔 수 있다.  

빽빽하게 들어선 아기자기한 부스들을 돌아보며 직접 기른 친환경 농산물과 가공품, 생산자가 만든 자연주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로컬푸드, 슬로푸드를 만나보자. 먹거리 말고도 뜨개, 패브릭, 매듭공예, 헤어악세서리 등 공정의 90% 이상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는예쁜 수공예품을 파는 테이블들도 많다. 출출하다면 산나물로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산채마리밥을 바로 먹어볼 수도 있고 과일청, 향초, 허브비누, 고구마 스프레드 등 가까운 사람에게 가볍게 건넬 선물을 골라보는 것도 좋겠다. 곳곳에선 아이들도 즐겁게 참여해볼 수 있는 체험 이벤트들도 풍성하고 다양한 상품 이벤트도 많아 여유 있게 둘러본다면 반나절이 금방이다. 한쪽에선 아이가 커서 이제 더는 쓰지 않는 물품들을 가지고 나와 돗자리를 펼쳐놓고 엄마와 아이와 함께 직접 파는 모습도 보인다. 이 특별한 시장에서 아이들은 물건을 사기도 하고 팔기도 하면서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생마켓은 원도심에서 어떻게 지역 주민들과 상생하며 나눔을 실천할지 고민하는 사회적기업들이 함께 모여 만드는 시장이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사이가 멀지 않다. 지하상가가 장터로 변신하는 날은 평소에 조용하던 이곳이 팔러온 사람들과 사러온 사람들의 직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며 시끌시끌 떠들썩해진다. 한두 번 생생한 장터 현장을 경험하다 보면 ‘나도 한번 뭔가 팔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슬쩍 끼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지도 모를 일이다. 어렵지 않다. 문을 두드려보자.

more info.

1. 주차를 하고 지하 1층에 내리거나 건물 입구 외부 계단을 통해 내려가면 바로 시장과 연결된다.

2. 주차 1시간 무료(금), 보건소 건물 주차장은 주말엔 언제나 전일 무료 개방이다.

3. 장바구니를 가져오면 무농약 옥수수로 만든 생생팝콘을 나눠준다. 지구를 생각하는 시장!

4.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조합원이 아닌 일반인 셀러도 신청하면 참여할 수 있다. 참가비는 만 원. 중고셀러는 현장에서 천 원을 내면 바로 참여할 수 있다. 네이버 카페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자.

생생마켓 | 원주시 원일로 137 (원주보건소 지하 1층) | 033-734-1844

https://cafe.naver.com/wjssmarket

매달 둘째 주 금•토 11:00-16:00